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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9일 수요일

의료정책포럼

<편집자 주>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인 KCD. 통계청에서 수행하고 있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작업은 단순히 사인분류만이 아니라 국가 보건의료 정책의 기초자료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을 가늠해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통계청은 글로벌 스탠다드가 아닌 역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한방을 KCD와 연계하면 그 통계는 어떻게 되겠는가. 통계청의 정책 오류가 무엇인지,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표가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 조명해보자. 

통계청은 해마다 전년도의 ‘사망원인통계’를 발표한다. 우리나라에서 한 해 동안 발생한 사망자의 주요 사망원인을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표준질병·사인분류 기준을 기초로 통계자료를 발표하는 것이다. 2014년도 통계청의 발표자료에 따르면 2013년 전체 사망자 26만6,257명 중에서 사망원인 1위는 악성신생물 (각종 암질환)에 의한 사망이며, 총 7만6,621명이 사망하였다. 흥미로운 것은 사망원인 2위가 원인불명의 죽음이라는 것으로서, ‘달리 분류되지 않은 증상, 징후와 임상 및 검사의 이상소견’으로 사인이 분류된 사망자가 2만4,566명에 달한다. 질병분류표에서 소위 R코드로 분류되는 ‘달리 분류되지 않은 증상, 징후와 임상 및 검사의 이상소견’에 의한 죽음, 즉 원인불명의 죽음이 유난히 많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은 가려지고 있다. 왜냐하면 실제 통계청의 사망원인 순위 발표에서는 ‘원인불명’의 죽음이 의학적으로 무의미하다는 이유로 제외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3년도 원인불명으로 처리된 망자 비율은 전체 사망자의 9.2%에 달한다. 이러한 통계의 불명확함은 다른 OECD 회원국과 비교할 때 상당히 높은 수치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과 영국, 캐나다, 호주 등의 국가는 0.2~2%에 불과하다. 이러한 사망원인의 불명확함은 부검의 등이 부족한 제도의 문제도 있음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것이나, R-코드를 생각 없이 남발하고 있기 때문은 아닌지도 분석할 필요가 있다.

통계청의 질병분류는 사망원인 통계를 위한 자료이다. 즉 사망진단서를 위한 통계에서 시작하였다. 그러나 현재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가 발급하는 진단서에 병명 기재를 통계청이 고시한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를 따르도록 되어 있으므로, 진료현장의 상병분류의 기준처럼 정의되어 있으므로, 통계청이 진행하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작업은 사인분류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보건의료를 위한 통계라는 관점에서 그 기준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국가질병통계 뿐만 아니라, 의학의 발전과 의료정책 수립을 위한 여러 분석-진단을 위한 검사방법 분석, 진단별 치료방법 분석, 질병에 따른 의료기관 이용실태 등의 보건관련 통계분석에 활용하게 되므로, 그 분류의 정확성과 전문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를 생각해 볼 때 보건복지부가 그 전문성을 살려 한국표준질병분류표를 만드는 주무부서가 아닌 것은 매우 의아한 일이다. 사회보장정보원과 같은 보건복지부의 산하단체가 그 전문성을 살려 한국표준질병분류 체계를 수립하면, 이를 근거로 얼마든지 다양한 통계분석이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질병분류표를 개정하는 과정에서는 통계처리나 정보분석의 방법, 의무기록의 편리성만을 중요시하여 분류표를 만든다면, 정작 진료현장과는 거리가 먼 분류표가 되며, 이러한 점이 결국 부정확한 통계결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의 개정작업은 반드시 의료계와 관련 정부부처와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달리 의학과 한의학이 이원화되어, 법률적으로 의사와 한의사의 직무범위를 상호배타적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러한 배타적 의료이원화 체계는 1951년 제정된 후 지금까지 유지되어, 의사(醫師)와 한의사(韓醫師)를 별도의 면허제도로 운영하고, 해당면허에 따라 상대 직역에 속하는 처방이나 시술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이러한 배타적 면허제도를 침해한 의료행위는 법적인 처벌 대상이 된다(의료법 제 87조). 따라서 의료인이라 할지라도 해당면허를 소지하지 않은 자가 처방, 처치, 시술을 하는 경우는 모두 무면허의료행위로 간주하도록 의료법에 규정되어 있다(의료법 제 27조, 무면허행위 등 금지조항). 또한 방사선기사, 임상병리사, 물리치료사와 같은 의료기사에 대한 지도권 부여 여부도 두 직역이 구별되어, 한의사에게는 의료기사의 지도권이 없는 상태이다(의료기사 등에 관란 법률 제 1조 및 시행령 제 2조). 또한 두 직역은 면허와 행위의 구분 외에도 진료과목, 전문의제도, 개설의료기관의 시설 기준 및 정원 등에서도 구별된다.

이렇게 이원화된 의료서비스 전달체계를 운영하는 취지는 의료인들의 행위를 면허에 의해 분명하게 구분하여 무자격자에 의한 소비자 피해를 차단하고, 직종별 전문성을 최대한 보장하여 국민들이게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면서 소비자들의 선택 폭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의학과 한의학이라는 각 학문의 특성을 유지한 상태에서 각각의 학문발전과 직역별 전문성을 보장하려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1) 배타적 의료이원체계가 잘 운영되지 못하면 의사와 한의사의 업무영역을 둘러싼 갈등이 깊어지게 된다. 의료최근 각 학문의 영역을 확장하는 “융합”이 큰 화두가 되면서, 의학과 한의학의 융합에 대한 논의도 시작되고 있다. 융합은 단순히 학문의 경계를 침범하거나 섞어버리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융합은 각 학문이 뚜렷한 전문성이 최고조에 이르고, 이러한 전문성의 완성에도 불구하고 답을 찾지 못하여, 타학문의 전문성을 필요로 할 때 융합을 논의하는 것이다. 즉 의학과 한의학도 융합 하려면 각 학문의 전문성과 이론적 근간이 확실한 상태에서 가능하다. 의학의 학문적 근간은 전 세계의 학술대회 등을 통하여 끊임없이 발전해 가고 있다. 근래 들어 침구학이나 한약재의 범위를 넘어서, 한의학 이론의 과학성을 규명하는 연구들을 위하여 현대의학의 생의학적 방법론과 보완대체의학 연구방법론을 기초로 하는 여러 실험실 연구를 활발해 지고 있다는 현상은 한의학(韓醫學) 이론의 바탕을 수립하는데도 필요하며, 의학과 한의학이 서로의 특성과 전문성을 이해하는데도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다. 한의학 이론적 근거가 확실해 지면 두 학문의 장점을 살리는 융합도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는 현재 국제적으로 표준화되고 있는 현대의학과, 대한민국의 전통의학인 한의학(韓醫學)이 서로 배타적으로 공존하고 있다. 이는 중국의 통합형 일원화체계나, 대만의 내포적 수용형태와도 다르며. 일본은 전통의학을 활용하면서도 국가가 인정하지는 않는 용인형태와도 다르다.2) 이와 같이 동아시아지역에서도 독특한 이원화된 배타적 면허 제도를 유지하는 나라에서 의학과 한의학의 진료영역과 학문적 영역이 구별되고 있음을 생각할 때, 통계청이 2009년 7월 20일 일방적으로 KCD를 한방과 연계하고, 별도로 규정된 한의학질병분류코드인 U 코드를 활용하도록 고시한 것은 매우 잘못된 결정이다. 이는 한의학의 고유성을 침해하고, 한의학이 한계를 스스로 드러내게 했다. 한의학 진료에 현대의학의 질병명이 필요하면 U 코드 내에 이러한 것을 신설한 후, 비고나 주석에 해당하거나 유사한 현대의학의 질병코드를 병기했다면, 의학과 한의학이 서로 다르게 표현하고 있는 두 질환이 정말 동일한 것인지, 서로의 접근방법의 차이점은 무엇인지도 쉽게 분석이 가능하며, 의-한의 일원화의 시간을 앞당겼을 것이다. 그러나 한의사가 임의로 본인들의 질병 중 일부를 의학의 질병과 동일 한 것으로 정의하고, 그러한 정의가 두 직역간에 검토된 바 없이 한의계에서 일방적으로 정하여 시행되고 있는 것에 대해 정부가 묵인하고 있는 것이 더 문제이다. 질병관련 통계를 만들 때 이용된 의료기관, 면허의 종류(의사, 한의사)에 따라 이들을 다시 구별하면서 통계자료를 만들어야 하며, 그 중 일부는 개념이 맞는지가 검증되지 않은 상태라는 것은 정확한 통계를 위한 결정인가를 생각해 보게 한다. 더욱이 통계청의 이러한 결정은 의료법에서 따라서 의료인이라 할지라도 해당면허를 소지하지 않은 자가 처방, 처치, 시술을 하는 경우는 모두 무면허의료행위로 간주하도록 규정된 의료법(의료법 제 27조, 무면허행위 등 금지조항)을 정부기관이 스스로 규정을 만들어 침해하도록 만들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러한 결정이 상호간의 학문적 검토 없이 진행된 부분에 대해 불안했던 의료계의 정당한 의견개진을 무시하고 잘못된 KCD-6를 강행하여, 의사와 한의사간의 갈등과 다툼을 부추기고, 양 직역의 갈등으로 인해 국민을 불안하게 한 사태에 대해서는, 당연히 주무부서인 보건복지부가 통계청에 항의하고, 문제해결에 앞장섰어야 한다.

이렇게 잘못된 KCD-6가 더욱 개악된 KCD7으로 고시된 일에 대해서 의료계는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지난 5년간 한의계가 사용한 U코드외의 현대의학 코드들이 정확하게 사용되었는지에 대한 아무 검토도 없이, U-code하의 한의병명 코드 76개를 현대의학 질병코드에 대응시키고, U코드는 정리하여 149개만 남겼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한의학계의 한의분류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의계는 1973년도에 한의분류(KCDO)를 제정하고, 1979년 1차 개정, 1994년에 2차 개정을 하였다. 3차 개정하는 당시 본인들이 진료하는 영역에서 부족한 질병분류코드를 새로이 생성하는 노력을 하지 않고, 단순히 KCD의 특수목적코드를 차용하는 작업을 하여 이용하고 있으며, 한의계가 사용하는 코드는 소수로 국한된다고 강변하고 있다. 필요한 현대의학 질병명을 한의계로 임시로 수용하여 새로운 한의분류 코드를 만들어 사용하면서 그것을 한의계가 생각하는 병과 일치하는지, 타당한지를 검토하지 않은 것이다. 그 결과 한의학의 어떤 부분들이 의학과 융합할 수 있는지를 과학적으로 증명할 기회조차 놓치게 되었다. 한의사 고유의 질병분류표를 유지하고 활용하여야 한의학의 질병 규모, 질병시 의료이용실태 등이 분석될 수 있을 것이다. 한의학이 의학과 동일한 부분이 많음은 반드시 학문적으로 증명되어야 하는 부분이다. KCD-7의 한의분류개정을 위한 연구결과보고서3)에서, U-code하의 한의병명 코드 76개가 어떠한 근거로 현대의학의 질병분류코드인 A-Z에 대응시켜 통합할 수 있으므로 삭제하기로 결정하였는지에 대한 설명은 전혀 찾을 수 없었다. U코드 한의분류표에서 대응 가능하다고 삭제된 76개의 코드 중 42개는 R-의학분류 코드와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R-코드는 단순히 애매하여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a) 사례에 관한 모든 사실을 검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명확한 진단을 내릴 수 없는 경우, 검사결과가 나오기 전에 전원한 경우 등을 포함하는 분류이므로, 과연 한의분류 42개 질환이 이러한 경우에 맞는 것인지를 분석해야 한다. 대응가능하다고 삭제된 또다른 34개의 한의분류코드는 대부분이 현대의학 질병코드가 “감염성기원의 기타 및 상세불명의 위장염 및 결장염(A09.0)”, “상세불명의 간질(G40.9)”, “상세불명의 눈꺼풀염증(H01.9)”, “세균학적 및 조직학적 검사를 하지 않은 폐결핵(A16.1)” 등과 같은 상세불명이 붙는 질병분류와 일치하는 것으로 비고에 설명되어 있음에 주목하여야 한다. 이는 한의계 스스로가 한의학의 질병분류가 얼마나 애매한지를 입증할 뿐이다. 더욱이 다음에 설명할 국제전통의학분류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이러한 분류를 기준으로 삼은 우리나라 통계자료를 신뢰해야 하는가?

현재 세게보건기구에서 진행하고 있는 전통의학국제분류체계(ICTM, International Classi- fication of Traditional Medicine)는 2006년부터 분류체계 개발이 착수되고 WHO FIC 연례총회에서 승인되었고 현재 마무리 진행이 늦어지고 있다. 2011년도 용어 분과에서 제정한 작업원칙을 정할 때, 각국의 해당용어를 연결할 때, ICD 용어는 전통의학과 현대의학의 개념이 완전히 일치할 경우에 한하여 사용하기로 결정한 것은 주목해야 한다. 또한 질병(disease)을 disorder으로 대체하기로 하였으나, ICD에서 질병(disease)는 명확한 기준을 충족할 경우에 한하여 부여되는 명칭인데 반해 전통의학의 병명(disorder)은 질병(disease)의 기준을 충족시키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 것이 문제인 것에 대해서도 토의한 바 있다. 현재 한국 한의학계도 중국이 리드하는 동아시아 그룹의 일원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하며, 보고서3)에 의하면 ICTM의 disorder와 pattern이 KCD-6의 한의병명과 한의병증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하고, 국제적 흐름이 전통의학 분류를 Traditional medicine으로 표기하고 있으므로, U 코드로 분류되는 부분의 영문표제어는 Korean Traditional Medicine으로 변경하는 것이 국제적 표준에 맞는 일이다. 국내에 한 대학에 의과대학과 한의과대학이 공존하는 경우 그 대학의 명칭이나 병원의 명칭에서 한의대나 한방병원을 구별하기 위해 반드시 Oriental이라는 이름을 명기하고 있음에도, 우리나라 한의학을 Korean Oriental Medicine 또는 Korean Traditional Medicine이라고 명기하여, 현대 의학과 구별하는 것도 한의학의 자존심이자 국제적 매너라 할 것이다. 

1981년에 우리나라 한의학이 중의학과 다르다고 주장하여 한자도 바꾸었으나, 지금까지 우리나라 한의학의 독창성을 증명하지 못하고 있음은 안타깝다. 현재의 한의학 교과서 내용은 중의학과 크게 다르지 않다.4) 동아시아 전통의학이 중국 중심으로 흐르고 있는 이때 우리 한의계가 많은 연구를 통하여 이러한 점을 증명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국제화 시대에서 스스로 학문을 고립시키는 것은 우리나라 한의학계의 발전을 위해서도 올바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우리나라가 중국이나 대만, 일본과 같이 의학과 전통의학의 합일점을 찾고 일원화할 수 있으려면 학문적 근거를 제시하고, 세계 한의학계와 교류하며 발전하며, 한의학(韓醫學)이 중국의 한의학(漢醫學)과 차별화되는 독창성과 우수성이 있음을 증명해야 할 것이다. 

통계청 자문회의가 요식적으로 진행되며, 자문위원들이 전문적 수정요구가 번번이 묵살되고 있음도 주목해야 한다. 이번 KCD-7을 진행하면서 의협으로는 일부 자료만이 선별되어 용어검토만 의뢰되었고, 전문가 자문위원회도 2회만 개최되었으며, 그나마도 자문위원들에게 모든 자료를 사전 검토할 수 있게 공개한 것이 아니므로, 자문위원회에서 설명된 자료에 대해서는 미처 의견 개진 할 수 없었으며, 의견은 서면 제출을 받고 이에 대한 상호검토나 토론이 없는 절차는 좀 더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더욱이 이번 개정안을 위한 연구과제 심사를 2014년 5월에 시행했던 것을 생각한다면, 상당히 단기간 내에 KCD-7 개정작업이 이루어 졌음을 알 수 있다. 한의학 코드 중 76개 중 현대의학의 질병코드를 차용할 수 있음에 대해 두 직종간의 검토나 토론이 없었음은 물론 보고서에도 그 논거가 없다는 것은 이러한 결정에 대해 재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표가 단순히 사망통계만을 위한 근거자료가 아님을 생각할 때, 통계청과, 의료계는 물론 관계 부서들의 긴밀한 협조만이 의학적 근거가 튼실한 한국표준질병분류표를 탄생시킬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KCD-7의 불합리하고 잘못된 부분을 개선하여 시행하여야, 정확하고 쓰임새 있는 우리나라 보건통계 자료들이 만들어질 것이며, 보다 유용한 의료정책의 입안이 가능할 것이다. 이를 위하여 통계청과, 보건복지부 및 그 산하 단체와 의료계와의 긴밀한 협조가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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