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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27일 일요일

전자렌지로 한약 데워 먹어도 괜찮을까...



1. 비닐포장이니까 전자렌지로 데우면, 안 좋은 성분이나 환경호르몬 같은 것들이 나오진 않을까요?

안전합니다.

국내 한방의료기관(한의원, 한방병원 등)에서 한약 포장재질로 사용하는 제품들은 일반적인 전자렌지의 사용 조건 하에서 포장재질의 성분이 용출되거나, 유해 중금속이 검출되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2. 전자렌지의 고주파 때문에 한약의 성분이 파괴되서 약효가 떨어지거나 하진 않을까요?

약효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고주파 때문에 한약의 성분이 파괴된다는 소문이 있지만 실험 결과, 중탕과 전자렌지로 데운 탕약의 비교 실험에서 ginsenoside Rb1, paeoniflorin, glycirrhizic acid 등 주요 성분에서 차이가 없었습니다.

전자렌지의 고주파는 '물'을 진동시켜 가열하는 역할을 할 뿐이며, 한약은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정성껏 달여낸 것으로 물이 끓는 온도 범위 내에서 단시간 가열로는 성분이 변하지 않습니다. 단, 짧은 시간만 달이는 한약재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한약의 종류에 따라 필요 이상으로 오랜 시간(수 십 분 이상) 가열하게 되면 약효가 감소할 수도 있습니다. 전자렌지의 일반적인 사용 조건에서 그만큼 오랜 시간 가열할 일이 없습니다. 따라서 한약을 데우는 용도로 전자렌지의 사용은 별다른 문제가 없습니다.



3. 그럼 왜 전자렌지 사용을 추천하지 않으시는 건가요?

전자렌지의 가열 방식의 특성으로 열의 전달이 고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위쪽은 뜨겁고 아래쪽이 차가워서 온도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 차가운 부분 때문에 더 데우시는 분들이 있는데, 과열되면 포장이 터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청소가... 청소가... 한약을 전자렌지로 데우실 때는 가급적 컵에 옮겨 담고 데우시기 바랍니다. 컵을 이용하는 경우에도 컵의 손잡이 등이 매우 뜨거울 수 있으므로 주의해 주세요. 물론 이미 전자렌지를 이용하는 것이 익숙하신 분이라면 굳이 방법을 바꿀 필요는 없습니다.

스탠딩 파우치라고 해서 포장지를 일부 개봉한 상태에서도 '세워 놓을 수 있는' 포장지가 있습니다. 이 형태의 포장용지를 사용한 경우에는 일부 개봉한 뒤 세워서 전자렌지로 데우시면 되지만, 전자렌지의 회전판이 원활하게 회전하지 않는 경우 쓰러질 수 있습니다그리고 또 청소가... 청소가...

전자렌지로 데우신 경우에는 온도가 고르지 않기 때문에 뜨거운 부분과 차가운 부분이 섞일 수 있도록 1~2분 이상 적당히 기다리신 뒤 복용하시거나 티스푼으로 한 번 저어주신 뒤 드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상의 이유로 편익이 크지 않아서 추천하지 않는 것뿐입니다. 약효와 무관합니다.



4. 추천하는 한약의 온도와 데우는 방법은?

개인적으로 손바닥으로 만져 보거나 손등을 가져다 대었을 때 피부 온도와 비슷한 정도 또는 약간 따스하게 느껴지는 정도를 추천합니다.

한약의 포장 방법과 포장재질은 레토르트 식품과 동일합니다. 3분 카레나 전자렌지로 데워 먹을 수 있는 죽 종류와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먹기 좋을 정도로 데우기만 하면 복용이 가능하며 굳이 끓이거나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차갑게 드시는 경우도 성분 자체는 다르지 않지만, 차가운 걸 잘 못 드시는 분은 드시고 난 후 속이 불편하거나 한약의 흡수 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가급적 데워서 드시면 더 좋습니다.

한약을 데우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간편한 방법으로 머그컵에 한약을 포장지 채로 담고 정수기 뜨거운 물을 부은 뒤 10분 정도 후에 한약을 꺼내 개봉 후 드시면 적당한 온도가 됩니다. 정수기가 없는 경우 끓인 물이거나 끓이다가 만 물을 부어 주시고 적당한 시간이 지나서 드시면 됩니다. 마시기 전에 손을 올려 보고 적당한 온도라는 느낌이 들면 복용하시면 됩니다. 이 방법도 중탕과 같은 원리이므로 만져서 느껴지는 그 온도가 실제 한약의 평균온도입니다.

만약 이 방법도 여의치 않다면 냉장고에서 꺼내 상온에서 1~2시간 정도 놔두신 후 차가운 느낌이 없어지면 그대로 드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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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들은 아무래도 스스로도 한약을 많이 복용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노하우들이 축적되어 '당연히 잘 먹겠지'라고 생각해 버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환자들은 의외로 한약을 많이 복용해 보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한의사들 입장에선 사소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들도 꽤 어려워하거나 혼란스럽게 생각하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앞으로도 한의사들은 너무 쉽게 생각해서 진료실에서 알려주지 않았는데 환자들은 미처 물어 보지 못 하고 집에 가서 고민할 지도 모를 이야기가 들리면, 소재가 모이는 대로 비정기적으로 연재하도록 하겠습니다.




참고 ;

노동석 등. 한약재 탕제의 포장재에 관한 연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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