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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월 3일 화요일

울화병

[한방으로 잡는 건강] 울화병

최근 우리나라를 둘러싼 정치`경제적 상황이 녹록지 않다. 58년 만에 2년 연속 수출이 감소하는 등 경기침체가 장기화하고 있고,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와 박근혜 대통령 탄핵, 매주 광장을 메우는 촛불시위 등으로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시대의 정치적`경제적`사회적 환경은 삶은 물론, 건강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정의한 건강의 개념을 보면 ‘육체적, 정신적, 영적 및 사회적으로 완전히 행복한 역동적 상태이지 단순히 질병이나 병약함이 없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고 돼 있다. 건강을 단순히 육체적`정신적 측면에서만 볼 수 없다는 뜻이다. 이는 사회가 건강하지 못하면 그 사회 구성원들도 건강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일례가 세계 최고 수준의 자살률이다. 혹독한 경제 여건은 생존경쟁을 더욱 부추기고, 약육강식만 남게 되며 배려의 미덕은 찾기 어렵게 된다. ‘경쟁’만이 가득한 한국 사회는 조금만 자극해도 폭발하기 직전의 가스통과 같다. 배려가 사라진 사회는 약자에 대한 철저한 무시와 무관심, 강요와 억압이 만연하기 쉽다. 이러한 사회현상을 한의학적인 측면에서 보면 ‘울화병’ 환자를 양산하는 사회라고 할 수 있다.

화가 너무 치밀어 주체하지 못하고, 참아보고 억누르면 속이 끓는 듯한 답답함을 느낀다. 얼굴이 시뻘게지고 귀가 뜨거워질 정도로 열이 오르고 귀에서 소리가 울리는 것 같다는 이들도 있다. 과도한 스트레스로 울화병에 이른 것이다.

울화병은 ‘울병’(鬱病)과 ‘화병’(火病)을 합쳐 부르는 말이다. 때에 따라서는 울화병을 화병으로 부르기도 한다. 미국 정신의학회가 한국 문화에서 파생된 특이한 증후군의 하나로 화병을 소개했듯이 화병은 한국인의 한(恨)을 기본정서로 만들어진 매우 한국적인 질환이다. 울병은 정신적인 요인 때문에 기가 뭉친 형태로 풀리지 않아 생긴 병을 의미한다.

보통 울화병은 심장, 즉 마음에서 비롯된 분노와 같은 억울한 감정이 쌓이면서 상기감과 상열감, 가슴 두근거림의 증상을 나타낸다. 그뿐만 아니라 두통과 무기력, 불면증, 소화장애, 불안장애 등 전신 신경성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의학적 치료는 먼저 침 치료를 통해 울화로 막힌 혈을 뚫어 기혈 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항진된 교감신경을 진정시킨다. 연자육과 치자, 맥문동 등의 약재로 구성된 한약 처방으로 심장의 열을 아래로 내리고 정신을 안정시켜 준다. 이러한 한의학적 치료는 환자 개인의 체질과 증상의 발병 원인, 심리적, 환경적 요인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항스트레스 능력을 높이기 위해 한방 기공요법이나 정신 수양으로 정신 건강 관리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재환 대구시한의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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