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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2월 12일 수요일

침구치료와 관련된 의학정보를 바탕으로 한 ‘경락시스템’ 가시화
채윤병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경혈학교실 조교수)

고전 한의학 서적에 묘사된 경락도는 체표상의 자극점과 치료반응 부위와 상하간의 연계성을 설명하는 개념도에서 시작하였다. 한의학이 서양의학과 만나면서, 경락도는 해부학적 지식체계와 결합되면서 신경, 근육, 혈관 등의 구조적 특성을 함께 고려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변천을 통해 오히려 본래 경락의 특성을 잘못 이해하게 하여, 경락이라는 해부적 실체를 찾아 보여주려는 부작용을 낳기도 하였다. 영국의 저명한 과학사 전문가 조셉 니담은 경락학설에 대해 “경락학설은 인체 표면의 반응과 내장기관의 변화 사이에 분명 연관관계가 있다는 비밀을 밝혔다”고 평가했다. 경락시스템은 본디 침을 시술하는 부위와 이러한 침 시술을 통해 치료될 수 있는 병증과의 관련성을 설명하는 한의학 이론체계이다. 

요통 환자에게 허리 부위에 있는 신수, 대장수에 침을 놓기도 하고, 다리 뒷면에 있는 위중이나 곤륜에 침을 놓기도 한다. 여러 경혈 조합의 침구 시술을 통해 얻어진 임상 경험들을 바탕으로 이러한 침 치료의 원격치료 효과들이 정리되어 있는 것이 지금 현재의 경락이론이다. 이러한 자극점과 치료 부위와의 연계성을 침구의학의 치료원리로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 경락도이다. 그러나 인체 경락도에는 침구 치료의 원리들을 표현하고 있지만, 어떠한 경혈이 실제로 많이 사용되고, 어떠한 경혈이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치료데이터 정보를 제공하지는 못하고 있다. 침구 치료에 대한 임상정보들을 경락도 위에 표현된다면, 보다 직접적으로 자극점과 치료 부위와의 연계성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최근 eCAM “Effects and Mechanism of Acupuncture Based on the Principle of Meridians” 특별호에 “Visualization of the Meridian System Based on Biomedical Information about Acupuncture Treatment”라는 논문을 발표하였다. 임상연구에서 요통 치료를 위해 많이 사용된 경혈(대장수, 신수, 기해수, 위중, 곤륜, 환도, 관원수, 차료, 양릉천)들의 정보를 3D인체경락도상에 표현하여, 요통에 대한 침 치료를 위해 어떠한 경혈을 선혈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손쉽게 알 수 있도록 하였다.
 
고전문헌에서 경락도에서는 ‘족태양방광경’ 혹은 ‘족소양담경’의 유주 특성을 통해, 요통의 질병 발생 양상에 따라 위중, 곤륜, 양릉천이라는 부위에 침 치료하는 원리가 내재되어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러한 경혈의 의학정보의 정량적 수치를 3D인체경락도상에 직접 표현함으로써, 실제 임상 데이터의 특성을 반영하는 새로운 모델의 경락도를 제안하고 있다. 본 연구를 기반으로 다양한 질환별 경혈의 유효성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선혈의 방법을 제안할 수 있는 연구로 발전되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침구의학 정보를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이용하여 경락도에 적용하는 방법을 통해, 인체 경락시스템을 가시화하고 침구 치료의 원리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 중의과학원 황룡상 교수의 저서 <그림으로 읽는 한의학 침구경락: 청홍출판사>에서 “경락학설의 가치는 단지 열두 가닥 선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선이 연결하고 있는 경험적인 사실과 이로 인해 도출된 일반적인 규칙에 있다”고 하였다. 경락이론 체계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임상현장에서의 수많은 의학정보와 체계적 데이터 처리를 통해 침구의학의 새로운 의학적 가치가 탄생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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